설단현상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려고 할 때 갑자기 말문이 막히며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혀끝에서 빙빙 맴돌면서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설단현상은 알고는 있지만 순간적으로 발성이 되지 않아서 말을 못 하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다양한 정보가 섞여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압박을 느끼고 불안함을 느낄 때나, 무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으려고 할 때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기억 속에 정보가 저장되어 있지만 저장 방법에 문제가 있어 외부로 나오지 않는 일종의 망각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변인이 작은 단서를 준다면 쉽게 기억이 나 교정이 된다.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사람은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이고, 그 후 로저 브라운과 데이비드 맥닐에 의해 입증되었다. 이 현상은 기억 저장과 인출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이므로 연령이나 시간대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예시로는 한 학생이 대학교 시험을 위해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바닥에 소지품을 내려놓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시험지를 기다렸습니다. 시험지가 나눠지자 그 학생이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습니다. "교수님. 제가 조금 전까지 분명히 외웠던 내용이 지금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면서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교재의 첫 몇 줄 만이라도 볼 수 없을까요?" 그에 교수님은 "말도 안 되는 요구가 어디 있나? 당연히 안 되네!"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학생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적지 못하고 성적이 나온 걸 보았더니, 엉망으로 나왔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멜로디를 듣고 '내가 아는 곡인데 뭐였지?' 하면서 전혀 생각이 안 납니다. 몇 글자인지, 첫 단어가 어떤 글자인지 알지만 머릿속의 기억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전혀 나오지 않는 느낌입니다. 가장 많이 긴장하는 면접 같은 경우에서 생각나지 않는 것 또한 설단 현상으로 나타나는 일입니다. 감독관이 면접자에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 어떤 거죠?" 라고 물으면 면접자가 긴장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기억해내지 못하여 '레...레미바이블...? 아니, 레미제라드...?' 하며 '레미제라블' 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것 또한 이 현상을 잘 설명해줍니다. 하버드 대학 로저 브라운과 데이비드 맥닐은 이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피험자에게 생소한 단어를 제시하여 외우게 하고 기억해내게 했습니다. 피험자들은 몇 개의 음절인지, 첫 글자가 무엇인지, 악센트가 어디에 있는지 등을 기억해 냈지만 결국 단어를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이 현상에는 두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기억 내용이 의식에 거의 나올 듯 말 듯 한 상태로 있지만 정보가 모자라기 때문에 떠오르지 않는 것으로, 힌트가 있다면 금방 나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억해내는 사람은 의식 언저리에 와 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선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또 다른 하나로는 프로이트의 의견입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적 갈등과 억압으로 인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앞에 나온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 현상이 이런저런 주변 증거로부터 기억 내용을 맞추고 있는 과정에 대한 느낌이라는 것입니다. 주변 자료를 모아서 어떻게든 정답에 도달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힌트가 있다면 원래 해답보다 훨씬 많은 내용이 생각나는 것입니다. 어떤 주장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정상적 기억에 관한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하드디스크와 기억을 비교하지만, 인간은 컴퓨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컴퓨터는 한 번 기억된 정보는 덮어 쓰지 않는다면 원본 그대로 남게 되어 필요할 때 원본을 가져오지만, 인간의 기억은 쓰는 순간 재창조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또 어떤 때는 원하는 단어와 상관없는 단어를 상대방이 제시했음에도 갑자기 모든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건망증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건망증은 기억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반면, 설단 현상은 기억이 불완전하지만 이루어져있다는 것으로 서로 다른 것입니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신체 기능은 물론 언어 능력도 저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점점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서 복잡한 일을 기억하기 어려워하고, 시력과 청각 역시 감퇴 되기 때문에 글을 읽기도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수는 일반적으로 청년보다 더 많지만, 단어를 인출해내는 기능이 약화되어 단어의 정확성과 유창성이 감소하고 느린 반응을 나타낸다. 낯선 단어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 역시도 설단 현상을 일으킨다. 우리는 모두 한 번씩 경험해본 현상일 것이다. '그그그...그거 있잖아. 그거 뭐였지?' 너무 답답하고 힘든 경험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현상을 겪고 답답하길래 우리가 자주 쓰는 네이버에 '그그그' 라고 치면 얼마나 다양한 '그그그'를 마주할 수 있는가. 건망증과는 다르기 때문에 너무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이해 (0) | 2022.08.09 |
---|---|
펫로스 증후군 증상과 해결 방안 (0) | 2022.08.08 |
유사성 효과의 정리 (0) | 2022.08.07 |
이케아 효과의 정리 (0) | 2022.08.07 |
애시의 순응 실험의 부정적 현상 정리 (0) | 2022.08.07 |
댓글